빛이 있으라!

2021.4.4 주일주보
04/03/2021
일 년 만의 셀 모임 ‘새마음’셀
04/04/2021

오원규시인은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모든 것은 어둠이다.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꽃도 사랑도 청춘도 어둠이고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태양도 어둠이다. 그러니까 어두운 것으로 뭉친 어둠은 어둡지 않은 날 봐도 역시 어둡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좋은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고 말도 곱지 않게 나오게 됩니다. 저마다 남모를 어두움을 마음 한켠에 두고 살아가듯이, 저도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어둠 속에서 헤매며 살았습니다. 그해 여름은 참 더웠는데, 땀을 너무나 많이 흘렸고 몸이 뜨거워져서 밤에는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서야 잠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말이 어눌해지고 머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으니 heatstroke(열사병/열사병은 신체의 과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고온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신체 활동으로 인해 발생합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어두움이 짓누르며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이어서 두려움이 함께 밀려오더군요. 그때 뇌세포가 혼선이 생긴 듯이, 생각이 엉키고 말이 꼬이면서 기도하려고 눈을 감아도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가 생각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목사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두려움이 더해가면서 “하나님, 나에게 일어난 이것이 뭔가요? 제가 이제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제 저는 어찌해야 하나요?” 응답 없는 물음 속에 깊은 어둠만이 내 영혼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둠을 극복하기 위해 찬양을 시작했고, 부부 예배와 말씀을 소리 내어 읽는 것과 걸으면서 하는 묵상을 하루에 7시간 정도씩 했던 것 같습니다. 응답 없는 하나님께 다가가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작년 7월이 되면서 신비한 경험을 했습니다. 무겁고 느껴졌던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내 영혼을 비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둠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고 한 10% 정도 남아있지만, 그것은 control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괜찮습니다.
각종 채소 모종들이 잘 자라서 텃밭에 내다 심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하나님의 신비는 자연 속에 차고도 넘칩니다. 작은 씨앗이 썩으면서 뿌리가 나오고 싹이 터 오르는 것은 하나님의 신비입니다. 예수께서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지만, 그것이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고 말씀하신 것은 하나님의 신비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부활의 계절에 두레에서는 병아리들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3월에 chicken egg incubator 속에 계란을 넣어 어두컴컴한 구석 한켠에 두었었는데 오늘 새벽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병아리 우는 소리에 가보니 병아리들이 알을 깨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는 아니고 외부의 도움 없이도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들의 힘이 하나님의 신비입니다.
‘빛이 있으라!’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어둠을 바라보지 말고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것은 빛의 근원이신 하나님뿐입니다. 어둠은 유한하고 빛은 영원하다는 것은 성서가 들려주는 진리입니다. 어둠은 우리에게 왔다가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인생의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밝은 곳을 바라보거나 그 어려운 상황을 잠시 떠나 있는 것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로는 빛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 안에 머물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때가 되면 씨앗을 깨고 나오는 새싹처럼,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생명을 회복시키시고 살리시는 하나님의 빛이 우리 안에 가득하게 할 것입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엡 5:8-9) 빛은 이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존귀하고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빛으로 오신 그의 빛을 받아 세상의 빛이 되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생명의 빛을 받은 세상의 빛 된 존재입니다. 생명의 빛을 얻어 세상의 빛이 된 존재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빛이면 빛이 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생명의 빛을 받아 세상의 빛이 되었으므로 어두운 세상을 비출 수 있습니다.
고난당하시며 죽음의 짙고 깊은 어둠이 온 세상을 뒤덮었을 때, 세상은 절망이었으나, 주님의 시간에 주님은 캄캄한 돌무덤에서 나오셔서 생명의 빛, 구원의 빛을 비추셨습니다. 봄날의 따사롭고 부드러운 햇살 비추는 이때에 자연을 통해 보여주시는 주님의 부활의 빛을 두레마을에 와서 맞보시길 바랍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길도길을 따라 걸으며 봄빛을 느껴보시고 각종 채소 모종도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조규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