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합시다!

김선희 장로 추모글
03/05/2021
2021.3.7 주일주보
03/06/2021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도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합니다. 한 번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신학교 동창 모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재밌게 담소하면서 지난 추억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짓궂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제 옆에 와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큰 목소리로 “세환아, ‘너는 영어를 잘해서 좋겠다’를 한번 영어로 말해봐”하고 넉살스럽게 말했습니다. 옛날 학교 다닐 때도 참 능글능글했는데, 그 모습이 여전합니다. “나, 영어 못해. 영어가 나를 싫어해”하는 말을 계속했는데도, 5분에 한 번씩 영어 해보라고 헛소리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You must have a death wish?”(너가 정말 죽고 싶구나?)하고 웃으면서 한마디 했더니, 옆에 있던 모든 친구들이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역시, 영어 잘해! 빠다를 먹어야 해”하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 한국에 살면서 매일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 중에서 과연 누가 더 영어를 잘할까요? 물으나마나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배워 보려고 영어에 목숨을 거는 사람일 것입니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어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영어 발음이 아주 자연스럽고, 미국 원주민들보다도 훨씬 세련된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합니다. 분명히, 어렸을 때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든지, 아니면 조기 유학생 출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접촉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미국이나 영미 문화권의 나라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또 영어권의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토종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한국에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늘 영어를 연습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모두 영어로 보고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만화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말을 늘 따라 하고 암기하면서 자랐답니다. 청년이 되면서부터는 미국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을 매일 보고 즐겼답니다. 한국에 살면서도 미국에 사는 것처럼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외국인을 만나도 조금도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습니다. 늘 그들의 언어와 감정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연습을 즐겨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관심과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습니다. 실제로 우리 이민자들 중에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그냥 살아가는 장소가 미국일 뿐입니다. 매일 한국 사람들만 만나고, 한국 가게와 식당을 갑니다. 여전히, 미국 속에 있는 ‘작은 한국’이라는 섬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는 ‘기독교인’이고 ‘신앙인’이라고 고백을 하지만, 실제로는 신앙과 전혀 상관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례를 받고, 매주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분도 받습니다. 그러나 삶의 관심사는 여전히 세상에 매여 있습니다. 어떤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찔리는 것이 많은지 “저는 나이롱입니다”, “저는 가짜입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 꼬리를 내립니다. 기도를 시키면, 원래 말재주가 없어서 기도를 잘 못 한다고 말합니다. 성경책에서 ‘유다서’를 찾으라고 하면, 구약성경을 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성경책에는 그런 말씀이 없다”라고 선을 긋는 사람도 있습니다. 몸은 신앙의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마음은 다른 세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마음을 정하고, 배우고 익히려는 연습을 경주해야 합니다. 신앙의 세계 속에서도 꾸준히 배우고 익히는 ‘경건의 연습’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Lent) 기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성경 공부와 특별 새벽기도회로 모이고 있습니다. 열심히 참여하셔서 신앙의 큰 진일보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열심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