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너, 좋겠다

부활절 목회서신
04/02/2020
2020.4.5 주일주보
04/04/2020

온 세상이 곳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느라고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조금만 일찍 준비를 하고 대응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텐데,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들처럼 무감각하게 대응하다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노스 조지아”(North Georgia) 주도 예외는 아닙니다.  모든 기업체와 상점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주민들의 통행까지 금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의료 인력과 장비들, 하루가 멀다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확진(confirmed) 환자들 그리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사재기 열풍들은 우리의 마음을 한 없이 답답하게 만듭니다.  얼마 전에 동영상에 잡혔던 화장지 쟁탈 전쟁은 “과연, 여기가 미국이 맞나?” 싶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될지 두려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4월 중순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연장하고, 모든 예배를 온 라인(Online) 예배로 대체하라는 공문이 날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4월달 이후부터는 모든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인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매일 듣는 이야기들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입니다.  서서히 종말(終末)에 대한 이야기들이 고개를 듭니다.  이틈을 타서 매사를 운명론적으로 꿰어 맞추려고 하는 얍삽한 종교인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내일 세상에 종말이 올 것을 안다해도, 나는 여전히 사과 나무를 심겠다”(Even if I knew that tomorrow the world would go to pieces,

I would still plant an apple tree)고 말한 스피노자(Baruch Spinoza)가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며칠 전,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교회 성도님 중의 한 분이 운영하는 가게를 직접 찾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 권사님이 의자에 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 온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테이불 위의 바구니에 수북하게 쌓인 마스크(Mask)들을 보면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천사 같은 분이시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객쩍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권사님, 마스크도 판매하시려고 그러시나 봐요?”  비로소 권사님이 일손을 놓고, 허리를 펴면서, 돋보기를 벗고 한 마디 하셨습니다.  “병원에 보낼 것들입니다.”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의 병원에 의료장비들이 바닥났습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사용할 방역 용품마저도 모자랍니다.  권사님이 그 분들을 도와주시려고 제작 규정에 맞춰서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마스크를 직접 만들고 계셨던 것입니다.  “목사님, 놀면 뭐해요.  이거라도 하면서 있으니 보람도 있고 기분도 좋네요.”  돈 되는 일도 아닐텐데 겸연쩍은 얼굴로 활짝 웃는 권사님의 얼굴이 아름답다 못해 거룩해 보였습니다.  월 임대료 내는 것도 빠듯할텐데 남의 형편을 먼저 고려하는 마음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날, 공교롭게도 “전화로만 심방을 하라”는 지침을 깨고, 몇 군데 더 찾아가야 했는데, 놀랍게도 우리 교회 성도님들 중에 의료진들에게 보낼 마스크를 만들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교회 안에 “날개 없는 천사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몰랐던 것입니다.  요즘에는 주일 날 교회에 오시는 분들이 없습니다.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현실로 일어나니까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텅빈 예배당 안에서는 미리 제작된 동영상 예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회중을 향해 동영상 안에 담겨 있는 제가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맨 뒤에 서 있는 또 다른 제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딱한 저의 모습을 더 딱한 제가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엇그제까지 성전 안에 가득했던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이 모두 증발해 버렸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치 “데이빗 카퍼필드”(David Copperfield)의 마술쇼를 보는 듯 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교회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천사들이었구나!”

 

텅빈 예배당을 보면서 슬픈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슬프지 만은 않았습니다. 지금 그 천사들이 세상에 모두 나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천사들과 예배당 안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도 기뻤지만, 지금은 그들이 세상에 나아가 세상을 환하게 비치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세상에 맛을 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텅텅 비었지만, 세상은 가득 차 있습니다.  세상이 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천사들이 자기들이 직접 만든 마스크를 병원 의료진들에게 전달해주고, 화장지를 못 구해서 낙심하며 마켙을 나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들을 나눠줍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 잡힌 사람들에게 세정제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알코올 소독제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 “모이는 교회”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 주었지만, 이제는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역할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분명히 “구조적인 교회”에서 “관계적인 교회”로 전환해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 성도들의 발이 닫는 곳마다 주님의 사랑도 함께 전해져서 무형의 교회들이 우리 안에 많이 세워져야 합니다.  비록, 교회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세상은 지금 제대로 복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아, 좋겠다.  우리 천사들, 지금 다 너에게 가 있다!”